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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님을 이끄는 장님  피터 브뢰겔

 

 

 

 

네덜란드는 속담이 유난히 많은 나라다.

사람들은 속담과 비유를 통해서 세태를 신랄하게 비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페인 통치하에 있었던 네덜란드에서는 불만을 함부로 표현했다가

교회의 제재를 받는 일이 적지 않았다.

속담과 비유는 억압과 탄압에 맞서는 현실적이고 우회적인 방법이었다.

네덜란드 속담을 그림으로 펴낸 피터 브뢰겔(Pieter Bruegel the Elder, 1525-1569)은

성경에 나오는 비유와 네덜란드 속담을 결합하여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가 1568년에 그린 <장님의 우화>는 마태오복음서에 나오는 비유다.

바리사이들이 예수님을 못마땅하게 여기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들은 눈먼 이들의 눈먼 인도자다.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질 것이다.”(마태오 15,14)

그러나 이 작품이 보여주는 장면은 성경에 등장하는 우화

‘장님을 인도하는 장님’처럼 한걸음 한걸음마다 조심을 다하며

오직 하느님만을 믿고 나아가라는

네덜란드의 속담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도 하다.

 

브뢰겔의 그림에는 여섯 명의 장님이 나온다.

창조주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도 엿새가 걸렸고,

여섯은 세상의 풍경과 잘 어울리는 사람들의 숫자이다.

화면 배경에는 교회 건물이 보인다.

눈먼 이들을 교회로 이끌지 못하는 눈먼 교회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이다.

 

장님들은 좁은 둑방길을 위태롭게 걸어간다.

마을을 관통하는 큰길도 있지만

장님들은 큰길로 다니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마을 뒤로 난 좁고 위험한 둑방길을 따라 조심스레 더듬어 걷는다.

둑방길은 좁고 비탈져서 자칫 실족하면 구렁에 빠지고 만다.

 

맨 앞에서 다섯 장님을 인도하던 첫째 장님이 가장 먼저 구렁에 빠졌다.

그가 들고 다니던 기타는 박살나고 말았다.

그런데 당시에 기타와 같은 악기는 쾌락과 도덕불감증을 상징했다.

그래서 그들을 쾌락으로 이끈 악기는 산산이 부서지고 만 것이다.

 

지팡이 끝을 마주잡고 따라오던 둘째 장님은 첫째 장님 위로 거꾸러진다.

셋째 장님은 이상한 점을 감지했지만,

연달아 구렁에 빠지는 길 이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넷째, 다섯째, 여섯째 장님은 자신의 앞길에 임박한 운명을 모르고 있다.

그래서 <장님의 우화>는 그릇된 교회지도자로 인한 폐해를 지적한 것이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점점 자세가 흐트러지는 장님들은

‘몰락’을 상징하는 하강하는 대각선에 따라 배열되어 있다.

장님들의 ‘불가피한 추락’은

화면을 가로지르는 그들의 머리와 팔이 후퇴하는 대각선을 이룸으로써

상징적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왼편에 보이는 집의 경사진 지붕 형태 역시

장님들의 행진이 구성하는 강한 대각선적 움직임에 일조한다.

 

한편 배경에 보이는 초원과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언덕,

위쪽으로 쭉 뻗은 나무들과 교회 건물은 화면에 안정감을 부여하여

점점 기울어지는 장님들의 주된 대각선과 균형을 이루는 역할을 한다.

 

나아가 푹 파인 눈과 찡그린 표정의 장님들의 얼굴들은

신체장애라는 외면적인 고통뿐 아니라

인간 내면에 깊숙하게 자리하는 비애를 담고 있다.

특히 초점을 잃은 그들의 공허한 시선과 균형을 잃은 자세들에서

목표를 상실한 인간들의 처절한 운명을 직감할 수 있다.

 

이러한 감정을 고조시키고자 브뢰겔은 밝고 강렬한 색채들을 줄이고,

어둡고 차분한 색을 세심한 농담으로 표현하였다.

대부분 가라앉은 색으로 구사된 의복에서 풍기는 어두운 분위기와 더불어

엄격한 사실주의적 표현은 장님들의 비애를 한층 강조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장님에 대한 두 번째 우화는 눈 뜬 장님에 관한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비유로 말씀하신 다음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듣고 또 들어도 깨닫지 못하고

보고 또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리라.

저 백성이 마음은 무디고

귀로는 제대로 듣지 못하며 눈은 감았기 때문이다.”(마태오 13,14-15)

 

눈으로 보고도 알지 못하고,

깨닫고 나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어리석은 눈 뜬 장님은

그림 속에 보이는 실족한 장님들을 비웃는 그림 밖의 감상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부서지기 쉽고, 공격당하기 쉽고, 상처입기도 쉬운 장님들을 우리는 어떻게 보는가?

이 그림을 보면서 자기의 어리석음을 깨달을 수 있는 사람은

볼 수 있는 눈과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출처  naver blog 

https://blog.naver.com/sonyh252/221478217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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