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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의 혼인잔치]

 

파올로 베로네제(Paolo Veronese, 1528-1588), 1562-63년, 유화, 7×10m, 루브르 박물관(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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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설명

 

베로네제는 르네상스 시대에 베네치아에서 활동했던 화가이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축하연의 큰 그림들을 화려한 색채로 즐겨 그렸다. 널찍한 식탁 중앙에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가 있고 그들 주변에는 초대받은 사람들과 시중드는 사람들이 자리잡고 있다. 화가는 이 작품에서 성서의 본래 의미보다는 화려한 잔칫상과 베네치아의 웅장한 건축물,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를 그리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성미술 감독 정웅모 신부)

 

◆관련성서

 

“누가 혹시 혼인 잔치에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가서 앉지 말라. 혹시 너보다 더 높은 사람이 또 초대를 받았을 경우 너와 그 사람은 초대한 주인이 와서 너에게 ‘이분에게 자리를 내어 드리게’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무안하게도 맨 끝자리에 내려 앉아야 할 것이다. 너는 초대를 받거든 오히려 맨 끝자리에 가서 앉아라”(루가 14,8-10).

 

 

                            책 속 미술관 [가나의 혼인잔치]

 

파올로 베로네세(Paolo Veronese, 1528-1588년)는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마지막 화가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장대한 건축공간을 배경으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복장을 한 많은 인물과 동물을 배치한 일종의 풍속화와 같은 것으로, 그의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걸작이 아름다운 색채와 다양한 인물군으로 표현된 ‘카나의 혼인잔치’다.

 

이 그림은 당시 고대 건축에 경도된 인문주의자인 안드레아 팔라디오(Andrea Palladio, 1508-1580년)에 의해 새로 지어진 베네치아의 산 지오르지오 마지오레 수도원의 식당에 걸린 것으로, 당시 수도원에서는 식사 때 눈을 들 수 없다는 규율이 있었는데도 이 그림이 이 수도원 식당에 걸리게 된 것은 그리스도가 물을 포도주로 바꾸었다는 성경의 기적 곧 그리스도의 영광을 묘사했기 때문이다.

 

이 기적은 예수께서 행하신 일곱 가지 기적 가운데 첫 번째 기적(initium signorum)으로, 갈릴래아 카나의 한 혼인잔치에서 일어났다. 잔치에서 포도주가 바닥나자, 그리스도께서 “물독에 물을 채워라 (…) 이제 그것을 과방장에게 날라다 주어라.” 하시니, “과방장은 포도주가 된 물을 맛보고” 매우 놀라며 신랑에게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남겨두셨군요.” 하면서 그 이유를 물었던 것이다(요한 2장 참조).

 

이 요란한 잔치를 묘사하려고 베로네세는 일단 르네상스의 이상적인 도시 경관을 선택하였다. 고대 신전을 연상시키는 정확한 비례의 궁전 건물과 발코니 그리고 종탑이 원경의 밝고 구름 낀 하늘과 대조를 이룬다. 그리고 고대 양식의 기둥이 그림의 양 옆 테두리를 구성하며, 그 사이의 2층에는 수많은 하인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 하인들은 오른쪽에서 고기를 자르고 나르느라 정신이 없으며, 왼쪽 기둥에서는 준비된 고기요리를 내와 내빈들에게 대접하느라 종종걸음을 치고 있다. 이 풍요한 잔치 분위기를 준비하는 하인들의 분주한 행위가 그림 중아에서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그림 아래쪽을 보면 그리스도의 요구대로 하인들이 물항아리를 술병에 옮겨 따르는 장면이 오른쪽에 그려져 있으며, 그 옆으로 화려한 의상의 로마인 코를 한 멋진 과방장이 경위를 전혀 모른 채 잔을 들어 그 기적의 포두자가 지닌 색깔과 맛을 감별하고 있다. 그는 아무런 의심과 물음도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충실한 모습이다. 특히 포도주 감별의 첫 단계인 눈으로 관찰하는 그의 태도와 눈빛이 사뭇 진지하기 그지없다. 비록 자신은 전혀 의식하지 못하지만, 기적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인간의 성스러운 태도를 암시하는 듯하다. 그는 지금껏 감별하고 시음한 포도주 가운데 가장 으뜸이라는 사실에 놀람을 금치 못하고 있을 것이다. 실제 당시 베네치아는 항구도시로 석호(潟湖)에 위치하였기에 늘 물이 부족한 상태였다. 이들에게 물을 대신하는 포도주의 존재는 각별한 의미와 가치를 지녔기에 감별사의 역할 역시 매우 중요시되었음을 그의 태도와 의상 등에서 식별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생산된 기적의 포도주를 흑인 하인이 금잔에 따라 신랑에게 전하는데, 그림 맨 왼쪽의 이야기다. 그러나 이 기적을 포도주를 받는 신랑과 주변 인물들 역시 무심하고 무감각하기 그지없다. 이들은 주로 외국에서 초대된 귀족들이다. 이들이 자리한 식탁 위에는 금과 은으로 된 잔과 그릇들이 화려한 빛을 반사하고 있다. 특히 이 인물들 가운데 뒤편의 여인이 든 금으로 된 이쑤시개는 당시 베네치아 왕가와 귀족들의 삶이 얼마나 호사스러웠고 허영에 들떴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이런 잔치는 통상 4시간 동안 지속되었는데, 100명에게 약 90가지의 음식을 선보였다니 그 화려하고 호사스러움을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물론 이런 행위는 문화사적으로 당시 무역에서 아프리카 항로의 개척으로 어려움을 겪던 베네치아가 대외적으로 재력을 더욱 과시함으로써 더욱 활기찬 무역을 성사시키려는 의도였음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이런 효과를 더욱 강조하고자 사라센과 타타르, 체르케스에서 온 유색의 노예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등장하며, 애완용 동물들 역시 이들의 풍요한 생활을 방증한다.

 

상황이 어찌 되었든 이 놀라운 일을 주관하는 사람은 바로 그림의 ㄷ자 식탁 중앙에서 성모와 제자들에게 둘러싸인 그리스도이다. 그는 위치상 이 잔치와 그림의 초점 곧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의 머리에는 십자형 후광이 나타나 있다. 그리고 그의 머리 위 2층 난간에서는 푸주한들이 고기를 썰고 있는데, 이 행위는 맛난 음식을 위한 고기를 마련하는 세속성과 희생양으로서 예수의 운명을 암시하는 상반된 이중성을 보이는 듯하다.

 

이 그림에서 주목할 일은 이런 기적의 순간이 소란한 인간 축제에 묻혀서 빛을 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수는 100명에 달하는 그림 속 인물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특히 물이 포도주로 변한 이 기적의 순간에 주목하고 성스런 마음을 보이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모두들 기름지고 맛난 음식과 감미로운 음악 그리고 서로에게 심취했기 때문일까? 이는 세속적 유희와 달콤함 때문에 성스런 정신적 삶 곧 사후의 삶, 하느님의 섭리를 망각하고 있는 오늘 우리의 자화상이다.

 

식탁 오른쪽에 앉은 사람들은 산 지오르지오 수도원의 베네딕토회 수사들이다. 이 늙숙한 수사들의 살진 얼굴과 화려한 의상, 그리고 식사 때 머리를 들지 않아야 한다는 베네딕토회의 엄격한 규율에도 이들의 막된 식사 태도가 불경스러울 뿐 아니라, 기적의 순간과 장소에 가까이 있는데도 이를 주목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신앙과 믿음의 길이 어렵다는 것, 그리고 주님의 영광은 늘 가까이 있는데도 너무 가깝기에 무심코 지나치기 십상이라는 것을 경고하는 것일까? 이처럼 신앙생활이라는 것은 절제와 가난의 마음을 통해 부단한 긴장 곧 철저한 자기 단속과 관리를 전제로 하는 것인가 보다.

 

이 그림이 세속적 삶의 환희라는 형식을 빌려 절제와 금욕을 전제로 한 정신적 삶의 가치를 드높이려 한 것인 만큼, 베로네세는 그리스도 앞에서 연주하는 음악가들에게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음악은 이 잔치의 흥을 돋우려는 것임과 동시에 기적을 행하신 그리스도의 영광을 노래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영광의 자리에 베로네세는 동시대 베네치아 거장 화가들의 위상을 담았다. 곧 오른쪽에서 베이스 비올을 연주하는 사람이 티치아노이며, 리라다브라초(또는 바이올린)를 연주하는 사람이 틴토레토이고, 소프라노 코넷을 연주하는 사람이 야코포 바사노, 테너 비올의 주인공이 베로네세 자신의 초상이다.

 

그리스도와 더불어 그림의 중앙을 차지하는 음악가들의 초상 곧 모델이 된 화가들이 한결같이 그림을 통해 하느님의 섭리를 표현한 예술가들인 만큼, 이 그림의 진정한 주제는 혼인잔치의 화려함과 소동이 아니라 무가치한 현세의 반성과 더불어 사후 주님의 부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그림은 일찍 유화로 그려진 대작 가운데 하나로, 1798년 나폴레옹이 파리로 옮겨와서 오늘날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전시실의 거대한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권용준 안토니오 - 프랑스 파리 10대학교(Nanterre)에서 현대조각에 관한 논문으로 예술학석사를, 파리 3대학교(la Sorbonne Nouvelle)에서 아폴리네르의 예술비평에 관한 연구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디지털대학교 문화예술학과 교수이며, 미술비평가로 활약하고 있다. 저서로 “명화로 읽는 서양미술사”(북하우스)와 “테마로 보는 서양미술”(살림)이 있다.

권용준(한국디지털대학교 문화예술학과 교수)

[경향잡지, 2007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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