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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선종 8주기 특별기고 "여전히 당신이 그립습니다”

비판하는 이들에게도 고마움 전하며 모두를 품으셨다

발행일2017-02-12 [제3031호, 9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중략]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중략]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중략]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중략]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한용운 ‘님의 침묵’에서)
 

박일영 교수
어언 8년 전 이맘때 쯤,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소식이 전파를 타면서 필자의 뇌리에 얼핏 설핏 떠오르던 만해 한용운의 시구다. 5일장을 지내는 문상 기간에 경향 각지에서 몰려든 40만의 인파…. 종파, 정파, 빈부,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저마다의 슬픔과 애모의 마음을 간직하며 찬바람 부는 명동거리에 서너 시간씩 줄을 서던 날들의 풍경이 여전히 눈앞에 생생하다.

‘당신이 그립습니다. 바보천사 김수환 추기경’이라는 추모 동영상이 여전히 인터넷의 바다에서 쉽게 검색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들이 내어놓고 있는 결과들을 보면, 김수환 추기경은 한국인들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꼽힌다. 생존 여부와 관계없이 한국의 종교인들 중에서는 여전히 가장 영향력 있는 분으로 여겨진다. 한국의 역사 속에 위인들도 많이 등장하고, 한국종교사 속에서 고승대덕들도 부지기수일진대, 왜 ‘김수환’(1922~2009)이라는 인물이 이렇게 이 시대를 함께 사는 사람들로부터 추앙을 받고 있는 것일까?

정작 김수환 추기경 자신은 스스로를 ‘바보’라고, 허물이 많은 ‘대죄인’이라고, 그래서 하느님 대전(臺前)에 나아가기가 두렵다고 공공연하게 말할 뿐이었다. 형제 많은 집안의 막내로 태어나 경상도 산골짜기에서 자라난 아이. 홀로 된 어머니가 장사를 나갔다가 돌아오기를 서산에 저녁노을이 질 때까지 동구 밖에서 기다리던 철부지. 열두 살 되던 해 얼떨결에(?) 형의 손을 잡고 나란히 신학교의 문을 두드렸던 소년, 사춘기에 연애소설에 탐닉하고, 엉뚱한 시험답안지로 학교를 발칵 뒤집어놓아 교장선생님이던 장면 박사에게 따귀를 맞았던 말썽꾸러기. 이렇게 못 말리는 문제아가 어떻게 한 시대의 획을 긋는 본보기로 많은 이들에게 받아들여지게 되었을까?

“너는 기린아다”라는 일본 유학시절 스승의 평가를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쑥스럽게 고백하고, 어울리지 않게 높은 자리에 올라서 넘치는 대접과 사랑을 받았기에 주님 앞에는 내어놓을 게 없어 걱정이라는 사람. “연세가 들어 판단력이 흐려지셨고, 한쪽 편으로 기울어지셨다”고 비판하는 옛 동지들에게는 겸손해지도록 만들어주어서 고맙다고 했다는 분. “당신이 추기경이 되었으니까 독재자 앞에서도 그렇게 용기 있는 발언을 하고, 불의하고 부정한 사람들에게 정의를 실현하라고 호통치신 거 아니냐?”고 면전에서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는 이미 함께 늙어버린 옛 제자에게는 임종 직전의 병상에서도 “너 신부생활 똑바로 해!”라고 일갈하셨다는 분.

한국의 사회와 교회에 큰 발자취를 남기고 떠난 그 분의 추모사업을 위하여 현재 3개의 공인 단체가 활동을 하고 있다. 북방선교를 준비하는 사제지망생들을 지원하는 옹기장학회, 모금과 배분을 전문으로 하는 재단법인 바보의나눔, 그리고 김 추기경의 사상과 영성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김수환추기경연구소가 그것이다. 물론 그 외에도 직간접적으로 김 추기경의 감화를 받아 꾸려지고 운영되는 수많은 기구와 기관들이 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무료진료소 라파엘클리닉, 성가정입양원, 에이즈환자들을 위한 쉼터, 성매매여성들을 위한 막달레나의 집 등등.

필자는 김수환추기경연구소의 설립준비 단계부터 참여하여 오다가, 어찌어찌하여 6년째 소장의 직분을 맡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듯이, 분수에 넘치는 직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필자 스스로가 개인적으로나 공적으로 그분에게 진 은혜와 빚을 조금이나마 갚는다는 심정으로 나름대로 성심성의를 다하고 있다. 우선 개인적으로는, 스위스에 유학하여 석사와 박사학위를 마치도록 직접적으로 주선하여 오늘의 필자가 있도록 해 주신 분이다. 공적으로는, 한국 사람의 90%가 동의하는 대로, 우리 사회가 좀 더 ‘인간다운 사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으로 나아가는데 우리 모두가 그분에게 신세를 지고 있지 않은가?

생전에 김수환 추기경은 자신이 평생 동안 발언한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하느님의 모상으로서 인간이야말로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하며,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 불가능하다는 소신을 평생 간직하고 실천하신 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와 같은 중심가치야말로 그 분을 보수와 진보, 부자와 빈자, 종교인과 비종교인, 그 무엇으로도 나누고 갈라서 말할 수 없게 만드는 근본이유일 것이다. 그런 연유로, 설립 초기부터 김수환추기경연구소는 중점 과제를 ‘인성교육’에 두고 연구와 교육에 힘쓰고 있다. 다행히 시대적인 요구와 맞물려서 전국적인 호응을 받아, 연구소 구성원들은 나름대로 보람과 의미를 찾고 있다,

그렇기에 그 분을 2016년 말에 김수환추기경연구소에서 발간한 「그리운 김수환 추기경」 제4권에서 다양한 분들이 들려준 다음과 같은 진술로 다시금 추억하게 된다. “더 많이 품어 안을 수 있는 영성적 깊이”(강우일 주교)를 지녔으며, “지친 영혼을 위로하는 ‘또 하나의 정부’”(김정남 전 청와대 교육사회문화수석) 역할을 하였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사회화”(정동채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하신 장본인이며, “젖은 발로 걸어온 밤길에 만난 모닥불”(이단원 전 가톨릭신문 기자) 같은 분이었다고.
 

박일영 교수(가톨릭대학교 김수환추기경연구소장)

 

 

http://www.catholictimes.org/article/article_view.php?aid=277022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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