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아이디는 등록된
'본인의 메일주소'를 입력하세요.
로그인


조회 수 327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곡성 공무원의 비극, 뒤에는 악마가 있었다

2016.06.02 15:37:30

[기자의 눈] 각자도생은 불가능하다
처음에는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뉴스라고 생각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나라에서, 투신자살하다 행인과 충돌하는 일이 왜 없겠는가? 그런데 이후에 쏟아지는 뉴스를 보면서 마음이 먹먹해졌다. 이 끔찍한 비극의 배후에 진짜 '악마'가 있었다는 생각 때문이다.

지난 5월 31일 오후 9시 48분쯤 광주광역시 북구 오치동 한 아파트 입구. 전남 곡성군청 홍보팀 7급 공무원 양대진(39) 씨는 야근을 마치고 나서 집으로 귀가하던 길이었다. 아파트 근처 정류장에서 만삭의 아내 서 아무개(36) 씨와 여섯 살 아들도 만났다. 그 순간에 하늘에서 벼락같이 투신자살하던 유 아무개(26) 씨가 양 씨를 덮쳤다.

아파트 20층 복도에서 투신한 대학생 유 씨는 "나는 열등감 덩어리" "내 인생은 쓰레기" "주위 시선이 신경 쓰여서 보는 공무원 시험, 외롭다" 등이 쓰인 A4 두 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다. 복도에는 그가 마셨을 것으로 추정되는 절반쯤 마시다 만 소주병도 있었다. 술기운을 빌려서 뛰어내린 것이었다. 애초 그가 살던 아파트도 아니었다.

양 씨는 제약회사에서 일하다 2008년 늦깎이 공무원이 되었다. 장래가 불안한 사기업보다는 공무원 신분이 좀 더 나으리라 판단했으리라. 경기도 여주에서 일하다 2011년에는 아내의 고향인 곡성군으로 근무지도 옮겼다. 직장에, 가정에 성실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내년(2017년)에는 입주도 할 예정이었다.

자신의 삶에 진지했던 한 남자와 그의 평온한 가정을 순식간에 망가뜨린 유 씨를 변호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번 사건을 의지력이 박약한 한 청년의 '경솔한 선택'이 초래한,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비극으로 접근하는 데는 반대다. 왜냐하면, 한국 사회에서 어쩌면 나도 오늘 집에 가는 길에 양 씨 같은 사고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칠게 생각을 나열하면 이렇다. 유 씨가 (유서를 토대로 봤을 때) 내키지도 않고, 적성에도 맞지 않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된 데는 청년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또 실패도 허용하지 않는 한국 사회의 구조가 있었다. 양 씨가 그 엄혹한 구조를 비교적 잘 극복한 것과는 달리, 유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로 수세에 몰려 있었다.

양 씨는 어떤가? 어쩌면 곡성에서 광주로 오는 막차 안에서 그는 자신의 평온한 삶에 새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지 모른다. '나는 잘해 왔어!' 구조가 끊임없이 발목을 잡으며 자신을 넘어뜨리려 해도 그때마다 잘 극복해 왔다고. 이대로만 가면 된다고. 하지만 그만 잘하는 것만으로는 그의 삶은 지켜질 수 없었다.

바로 이 대목이 중요하다. 한국 사회는 각자도생을 강요한다. 상당수는 양 씨처럼 살아남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혼자서만 잘해서는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살아남지 못한 혹은 살아남을 자신이 없는 이웃의 삶이 언제 어디서 자신의 삶과 겹쳐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유 씨의 삶이 양 씨의 삶과 겹치며 두 삶을 끝장낸 것처럼.

나는 이 비극적인 사연을 보면서, 모두가 다 단지 잘살아 보려고 안간힘을 썼을 뿐인데 결국은 죽고 죽이는 끔찍한 지옥도가 결말이었던 박찬욱 감독의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번에 죽은 양 씨가 그토록 홍보에 공을 들였다는 영화 <곡성>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악마도 떠올렸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복수를 꿈꾸는 악마가 우리 삶에 똬리를 틀고 너와 나의 바로 옆에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 악마는 다름 아닌 각자도생의 삶을 강요하는 한국 사회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속절없이 스러져간 서른아홉과 스물여섯 두 삶의 명복을 빈다.
  • ?
    민서영(세실리아) 2016.06.03 09:35
    전부터 자살하려고 차에 뛰어드는사람들을 혼자 죽어야지 왜 남의 삶도 망치냐고 비난을 했는데
    남의 삶을 망칠 의도는 없는 청년이 결국은 이런 큰죄를 지은걸보며 나도 많은생각을 했다.
    정말 매순간 열심히 살고 의도적이든 아니든 남에게 상처주는일 없게 해달라고 빌어보며
    솔직히 정말 사는게 너무 무서울때가 많다. 그래서 주님을 더 사랑하게 되는것같다.
  • ?
    이승우(다니엘) 2016.06.03 12:12
    저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요즘 조선업 대량 실업이 남의 문제가 아닙니다. 저희 용원 공동체 안에도 분명 힘든 시련을 겪을 수 있는 분이 많이 계실 것 같아 글을 옮겨 왔습니다.
    나만 어떡해 잘 살면되지/ 나만 아니면 되지라는 생각보다는 이럴수록 주위를 더 돌아보는 따뜻한 마음이 더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0 반갑습니다. 4 박현중(세례자요한) 2010.10.31 757
79 반갑습니다. 1 박현중(세례자요한) 2011.10.01 666
78 미사와 천사들 신심 2012.11.16 330
77 미사 외에 또 하나의 구원의 비밀 교우 2014.01.27 457
76 묵주기도의 성인들 신심 2012.08.23 348
75 묵주기도/성체조배/성시간 신심 2012.08.23 537
74 묵주기도 이야기 신심 2012.08.23 311
73 몽포르의 루도비코 성인의 저서 <묵주기도의 비밀> file 신심 2012.10.11 482
72 모세오경의 개요 (3편) 나연채 2012.04.30 626
71 모세오경의 개요 (2편) 나연채 2012.04.30 573
70 모세오경의 개요 나연채 2012.04.30 940
69 말씀묵상 3 2 일미나 2011.01.26 597
68 말씀묵상 2 일미나 2011.01.25 613
67 말씀과 함께하는『성경피정』참여안내 file 청년성서모임에파타 2012.09.14 471
66 만남 나연채 2012.06.09 418
65 대중을 위한 메시지 (하나되신 성심의 메세지) 교우 2013.05.04 531
64 당신과 이야기 나누는 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이현덕(야고보) 2011.03.05 969
63 누구에게나 주에기도를.... 신심 2013.01.05 309
62 너는또다른나 윤기철 2015.06.04 237
61 내한하실 교황님 말씀! 이현덕(야고보) 2014.06.26 398
60 내영혼 바람되어(세월호 추모곡) 1 file 이현덕(야고보) 2016.04.24 324
59 내님의 사랑은 / 故 이태석 신부님의 노래 2 이현덕(야고보) 2011.06.26 1038
58 내 작은 이 행복 이현덕(야고보) 2011.09.07 648
57 낫기를 원하느냐? 이현덕(야고보) 2011.01.27 937
56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 묵상 3 일미나 2011.01.21 524
55 그리스도인이라 말할 때에는 2 이현덕(야고보) 2011.01.05 691
54 그레고리안 성가...수도원 생활 1 file 김석화 마르코 2013.06.20 597
53 그 분의 현존 1 이현덕(야고보) 2011.01.07 786
52 교황이 아르헨티나 정부의 거액 후원금 거절한 까닭은 이승우(다니엘) 2016.07.04 244
51 고통을 감내하라 나연채 2012.04.24 443
50 고별 노래 1 민근휘 야고보 2010.10.08 730
49 게시판 로고 file 홍보분과 2023.01.09 34
» 각자도생은 없다. 프레시안 2 이승우(다니엘) 2016.06.03 327
47 가톨릭 신자의 상징, 묵주 이현덕(야고보) 2011.10.01 787
46 가족캠프 동영상입니다 민박기(야고보) 2011.08.13 757
45 가족캠프 단체 율동 동영상 1 강재모(마르티노) 2011.07.30 753
44 가족 캠프시 단체 율동 2 강재모(마르티노) 2011.07.30 833
43 가난한 새의 노래 이현덕(야고보) 2011.04.16 763
42 가 난 / 카를로 카레토 이현덕(야고보) 2011.03.09 873
41 ♬님의 뜻이 이현덕(야고보) 2011.07.02 601
40 †찬미예수님 ♧환영합니다 이현덕 2010.06.04 2011
39 † 국민학교 아이들, 어린이들에게 주의기도를 가르쳐라 교우 2012.12.27 530
38 [카탈리나 리바스] 거룩한 미사 성제 신심 2012.08.23 341
37 [정구사 촛불미사] 하춘수 레오신부님 강론(2) file 강재모(마르티노) 2013.10.06 688
36 [정구사 촛불미사] 하춘수 레오신부님 강론(1) file 강재모(마르티노) 2013.10.06 691
35 [연옥 영혼의 놀라운 비밀] 마리아 심마와의 인터뷰 1 신심 2012.08.23 755
34 [연옥 영혼의 놀라운 비밀] 마리아 심마와의 인터뷰 신심 2012.08.23 563
33 [아들들아 용기를 내어라] 中 연옥 영혼의 조언 신심 2012.08.23 347
32 [아들들아 용기를 내어라] '마리아를 미워하는 이유' 신심 2012.08.23 447
31 [순교자성월 특별기고] ‘순교자의 믿음살이와 살림살이’ - 가톨릭신문 file 이승우(다니엘) 2016.09.01 49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