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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죽었다'
소리 안 들으려면
  천당 문을 지킨 지도 꽤 되었는지라 베드로 사도는  슬슬 지루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천당에는  한결같이 착하고  재미없고
고지식한  사람들만 들어오니 누구 하나  말 붙일 사람도 없었습니
다.  그날도 베드로 사도는  천당 문 앞 의자에 걸터앉아 하품을 하
다 졸다를 반복하며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2000년을 하다보니 이 짓도 이제는 못해먹겠다.'
   그때 문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났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내
다보니 한눈에 보기에도 큰 부상을 당한 사람 몇 명이 서 있고,  저
승사자가  그들을 천당 안으로 들여보내기 위해  등을 떠밀고 있었
습니다.
   "안 들어간다니까 왜 자꾸 등을 떠밀고 그래요?"
   의아하게 여긴 베드로 사도가 물었습니다.
   "다들  천당에 못 들어와서 안달인데  너희는 왜 그러고  서 있느
냐? 심지어 저승사자를 돈으로 매수하거나 개구멍을 찾아 기어 들
어오거나 담을 넘어 오는 놈들도 있는데 너희들은 대체 누구냐?"
   베드로 사도의 물음에 제일 젊은 사람이 나서서 대답했습니다.
   "저희는요  시골 사는 사람들입니더,  69번 버스를 타고  시내 가
던 길에 교통사고로 고마 죽었십니더.  이렇게 일찍 천당에 들어갈
수는 없다 아입니까. 억울합니더."
   "뭐가 그리 억울하냐?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이  어디 한둘이란
말이냐."
   이번에도 젊은 사람이 대답했습니다.
   "저는요,  내일 결혼식을 올리기로 되어 있다 아입니꺼.  근데 오
늘 죽어서  총각귀신이 되었으니  이처럼 억울한 일이 어디 있겠십
니꺼?"
   중년 아주머니도 질세라 말했습니다.
   "지도 억울합니더.  깜빡 졸다 고마 한 정거장 더 가는 바람에 죽
었다 아입니까."
   이번에는 중년 아저씨가 나섰습니다.
   "저는 버스가 떠날라 카는 걸  억지로 붙잡아 탔다가 죽었십니더."
   마지막으로 치매에 걸린 노인이 말했습니다.
   "지가  제일  억울합니더.  택시 탔구마,  알고 보이  버스 아인교."
   "그렇다면 너희들의 죽음에 대해  가족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먼저 알아봐야겠다.  그런 다음 다시 세상에 돌려보낼지 여부를 결
정하겠다. 내일 보자."
   다음날, 베드로 사도는 네 사람을 불러들였습니다.
   "총각,  너는 집안에서 반대하는  처자랑  결혼하려고 했다면서?
식구들이 잘 죽었다 카든데.  아지매,  매일  밤새도록 화투 치느라
피곤해서 졸다 죽은 거니  돌려보내지 말라고  아지매 남편이 그러
데.  중년 아저씨, 이장 돈 떼먹고 도망가다 죽었다메? 식구들이랑
동네 사람들이랑 다 잘 죽었다 카더만.  제일 나이 많은 어르신, 치
매 때문에 아무 데나 용변봐서 식구들이 힘들었는데,  버스회사에
서 준 보상비 남기고 돌아가셔서 고맙다고들 하는데 어떻하요."
   "-----."
   "말하고 보니  착하지도 않은 사람들이네.  저승사자,  어찌된 일
인가?"
   저승사자가  머리를 긁적이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습니
다.
   "제가 요즘 시력이 너무 안 좋아져서요-----. 96번 버스 승객들
을 데려와야 하는데 그만 69번 버스 승객을-----."
   "안경 하나 맞춰주랴? 쯧쯧.  헌데 이 사람들을 어쩐다?  다시 세
상에 돌려보낼 수도 없고,  기왕에 천당으로 데려왔으니  지옥으로
보낼 수도 없고,  흠.  저승사자, 네가 이 옆에 조립식 건물 하나 지
너놓고 쟤네들 데리고 살아라."
   이렇게 해서  천당 옆에는  '애통당'이 생겼습니다.  잘못 불려온
네 명이 밤마다  "에고, 에고,  내 팔자야" 하고 울어대서 천당 주민
들이 그 조립식 건물에  '애절하게 통곡하는 집,  애통당'이라고 이
름을 붙여주었다는 애통한 이야기입니다.

   죽는다는 말만 들어도 펄쩍 뛰는 이들이 많습니다만,  사람이 평
생  어떻게 살았는가 하는 것은  죽을 때 모양새를 보면  대충 짐작
이 갑니다. 신부들은 상갓집에 자주 갑니다.  초상집인지 잔칫집인
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조문객이 많고,  분위기가 따듯한 집에 가
보면 돌아가신 분의  얼굴이 잠자는 듯  곱고 편안합니다.  반면 입
구에서부터  싸한 기운이 도는 상갓집은  사람도 별로 없는데다 돌
아가신 분의 모습도 험합니다.
   제 기억 속에 가장 곱게 선종하신 분이 있습니다. 봉성체(병자인
교우 또는 미사에 참례하여  성체를 영할 수 없는 처지의 신자에게
사제가 성체를 모셔가 영하여 주는 일)를 위해 찾아가면 늘 단정한
모습으로 맞아주시던 할머니인데,  당신 아픈 것보다  찾아온 손님
걱저을 더 하던 분이었지요. 그분은 정말 주무시는 듯이 곱고 편안
하게 돌아가셨습니다.
   반면 제 동창 신부는 전혀 다른 경험을 했습니다. 상갓집에 갔는
데 어찌나  험하게 돌아가셨는지  가족들도 무서워  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더랍니다.  가족들이 갑자기 등을 떠밀어  방에 들여보내
놓고는  죽은 이의 눈을 감겨달라 하기에 할 수 없이  혼자 방에 들
어가 눈을 감겨주었답니다.  그런데 죽은 이의 모습이 얼마나 험했
던지 무서워서 일주일 동안 잠도 이루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험하지 않게, 모양새 있게 죽을 수 있을까
요?
   임종이 가까워졌을 때 어떤 이는  그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을 모
두 만납니다.  용서를 청하고, 화해하고,  가진 것을 나누고 편안한
얼굴로 이 세상을 떠납니다.
   하지만 어떤 이는 죽는 것이 억울해서 식구들 원망하고,  간병하
는 이를 괴롭히고,  주위 사람들을  짜증나게 합니다.  그래서 죽은
후에 주위 사람들로 하여금  서운하고 슬픈 생각도 들지 않게 합니
다.  그런 모습을 보면 대개 사람들은 다들  '저렇게는 살지 말아야
지' 하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편안하게  세상을 떠나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지요.
   선종은 평생 자신의 삶을 다듬고 또 다듬은 사람만이 얻을 수 있
습니다. 잘 살아야 잘 죽는다는 뜻입니다.
   또 죽음에 가까워졌을 때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수
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누구나 처음에는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억울해하고, 분노하고, 우울해합니다. 하지만 결국은 죽
음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럴 때 마음의 평화를 회복하고, 편안하
게 임종할 수 있습니다.  이 단계를  '최후의 성장기'라고 부릅니다.
이 단계까지 가면 편안한 모습으로 선종할 수 있습니다.
   식구들까지  무서워할 만큼 험한 모습으로 죽지 않으려면  '그놈
참 잘 죽었다' 소리 듣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차근차근 대비해두어
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하루를  제대로  살아야 합니다.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아름다운 죽음은 아름다운 삶에서 나옵니다.
    죽었을 때 "죽었다니 거 시원하네"라는
    소리 안 나오게 사는 것이 잘 사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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