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아이디는 등록된
'본인의 메일주소'를 입력하세요.
로그인


2011.01.21 09:11

천국에서온 편지

조회 수 667 추천 수 1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천국에서 보내온 김수환 추기경님의 편지

사랑하고 사랑하는 신부님... 수녀님...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에게 베푼 보잘 것 없는 사랑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선택된 자로 살아온 제가
죽은 후에도 이렇듯 많은 분들의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으니...
나는 행복에 겨운 사람입니다.
감사하며... 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여러분들에게 생전에 하지 못한
마지막 부탁이 하나 있어
이렇게 편지를 보냅니다.

불교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보라는 달은 안보고...
손가락만을 쳐다본다.‘

달은 하느님이시고, 저는 손가락입니다.
제가 그나마 그런대로 욕 많이 안 먹고 살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분의 덕분입니다.

성직자로 높은 지위에까지 오른 것도...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다 그분의 덕입니다.

속으로 겁이 나면서도...
권력에 맞설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은 다 그분의 덕입니다.

부자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유혹이 많았지만...
노숙자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은 다 그분의 덕입니다.

화가 나 울화가 치밀 때도...
잘 참을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분의 덕입니다.

어색한 분위기를 유머로 넘긴 것도...
사실은 다 그분의 덕입니다.

나중에 내가 보고도 약간은 놀란 내가 쓴 글 솜씨도...
사실은 다 그분의 솜씨였습니다.

내가 한 여러 말들...
사실은 2천 년 전에 그분이 다 하신 말씀들입니다.
그분의 덕이 아닌...
내 능력과...
내 솜씨만으로 한 일들도 많습니다.

빈민촌에서 자고 가시라고 그렇게 붙드는 분들에게...
적당히 핑계대고 떠났지만...
사실은 화장실이 불편할 것 같아 피한 것이었습니다.

늘 신자들과 국민들만을 생각했어야 했지만...
때로는 어머니 생각에 빠져...
많이 소홀히 한 적도 있습니다.

병상에서 너무 아파...
신자들에게는 고통 중에도 기도하라고 했지만...
정작 나도 기도를 잊은 적도 있습니다.

이렇듯 저는 여러분과 다를 바 없는...
아니 훨씬 못한...
나약하고 죄 많은 인간에 불과합니다.

이제...
저를 기억하지 마시고 잊어주십시오.
대신...
저를 이끄신 그분...
죽음도 없고, 끝도 없으신 그분을 쳐다보십시오.

그분만이 우리 모두의 존재 이유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제가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말...

‘서로 사랑하십시오.’...

사실 제가 한 말이 아니라...
그분의 말씀이십니다.

저는 손가락 일뿐입니다.
손가락을 보지 말고
그분을 쳐다보십시오.

천국에서 김수환 스테파노
(여기서는 더 이상 추기경이 아닙니다.)


                                                          - 글쓴이:김명순(스콜라스티카) -
  • ?
    박진현(가브리엘) 2011.01.21 18:29
    이제...저를 기억하지 마시고 잊어주십시오.....라는 부분이 마음에 확~~~~와닿네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추기경님이 누꼬? 하면 김수환추기경님만 생각나니 말입니다!ㅎㅎㅎ
    이제는 그분의 말씀처럼 잊어야겠지요...대신 그분을 쳐다봐야 겠지요...
    항상 좋은 글 올려주심에 감사드립니다!행님!ㅎㅎㅎ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 행복한 삶 윤기철 2015.06.04 338
29 안녕하세요 이승우 2016.02.24 213
28 찬미예수님~~~^^ 2 박진현(가브리엘) 2016.03.09 215
27 축하합니다 1 한만직 2016.03.10 328
26 천주교마산교구 용원성당 화이팅! 입니다. ^^ 2 file 루카 2016.04.08 548
25 악법 은 악 이다.... 3 김석화마르코 2016.04.11 322
24 살아있다면 내일 투표를 할수있는 천사들을 생각함... file 김석화마르코 2016.04.12 247
23 2년전 오늘 file 이승우(다니엘) 2016.04.16 235
22 축하드립니다~^^ 2 file 이현덕(야고보) 2016.04.22 246
21 내영혼 바람되어(세월호 추모곡) 1 file 이현덕(야고보) 2016.04.24 324
20 하느님 편지 file 이현덕(야고보) 2016.04.25 305
19 주님의 눈을 바라보게 하소서! file 이현덕(야고보) 2016.04.29 408
18 사랑스런 나의 손주예요 2 file 민근휘야고보 2016.05.01 261
17 홈페이지 등록 방법 file 황현섭 2016.05.02 254
16 주님은 어디로 올라가셨나? [주님 승천 대축일 가톨릭신문 기획] file 이승우(다니엘) 2016.05.05 345
15 오르카냐와 쟈코포 디 치오네의 성령 강림 file 이승우(다니엘) 2016.05.18 354
14 각자도생은 없다. 프레시안 2 이승우(다니엘) 2016.06.03 327
13 행복한 가정의 비결은? 2 file 이현덕(야고보) 2016.06.05 365
12 교황이 아르헨티나 정부의 거액 후원금 거절한 까닭은 이승우(다니엘) 2016.07.04 244
11 Q&A 성모승천, 이것이 궁금합니다 - 가톨릭신문 이승우(다니엘) 2016.08.16 447
10 [순교자성월 특별기고] ‘순교자의 믿음살이와 살림살이’ - 가톨릭신문 file 이승우(다니엘) 2016.09.01 491
9 '여전히 당신이 그립습니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8주기 특별기고 - 가톨릭신문 1 이승우(다니엘) 2017.02.09 438
8 Via Dolorosa 김석화마르코 2017.03.27 228
7 자유계시판 항시 거룩한말만 올라 싫은 소리 한마디 1 한만직 2017.07.23 396
6 [ 한사람의생명 ]관련하여, 함께 기도바랍니다 . . file 그레고리오 2019.08.25 77
5 차량시간표(주일학교포함) file 우지은소화데레사 2021.05.29 86
4 주님 세례 축일에 짚어보는 세례대의 의미 file 김미경(라파엘라) 2022.01.13 84
3 [담화] 2022년 그리스도인 일치 주간 이현덕(야고보) 2022.01.18 50
2 게시판 로고 file 홍보분과 2023.01.09 34
1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세계주교시노드 편람 file 이승우(다니엘) 2023.05.11 2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