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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의 정신적 뿌리는 신앙선조들이 감행했던 순교라는 사건에 있다. 조선왕조 사회에서 천주교를 신앙한다는 일은 목숨을 거는 모험이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새로운 신앙인 천주교로 그 믿음과 삶의 형식을 바꾸어 갔다. 즉, 그들의 신앙은 사상의 전환에 그치지 않았다. 새로운 신앙은 그들의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서 일대 전환을 단행하도록 그들을 격려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목숨을 가장 소중하게 여긴다. 목숨은 자신의 존재와 비존재를 가름하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순교자들은 자신의 신앙에 목숨을 걸었다. 이는 신앙이 목숨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결과였다. 이처럼 신앙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신앙은 그들이 자신의 목숨을 걸어도 아깝지 않을 소중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신앙을 가지고 자신의 전 생애를 바꾸어갔다.

우리 교회는 이 순교자들 가운데 일부를 성인이나 복자로 모시고 있다. 순교자의 시성시복을 위한 우리 교회의 노력은 이미 19세기 중엽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당시에는 시성시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그가 신앙을 위해서 죽었는가를 밝히는 작업을 들었다. 그래서 순교의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주었다. 즉,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 때문에 반드시 죽어야 했고, 그 죽음이 그리스도교에 대한 증오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어야 했다. 그리고 순교자가 그 죽음을 자발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놓았다.

이러한 교회법적 규정을 살펴보면 순교의 개념이 믿음과 죽음에 맞추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지난날 순교자에 대한 규정에서는 순교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굳은 신앙을 들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몇몇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고백한다고 하여 죽음을 당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믿음으로 인한 죽음만을 강조하던 종전의 순교개념은 신자들의 일상생활과 무관한 존재로 변질되어 갔다. 순교에 대한 기존의 개념은 순교자들을 우리 평범한 신자들과는 다른 특이한 존재로 만들어 갔다. 이 과정을 통해서 순교자는 점차 우리에게 타자화(他者化)되어 갔다.

그러나 현대 교회에서는 순교자를 타자화시켜온 데에 대해서 스스로 반성하고 이를 바로 잡아갔다. 즉 순교의 핵심인 믿음을 넓은 의미로 규정하게 되었고, 믿음을 더욱 구체적으로 해석하게 되었다. 즉, 오늘의 교회는 신앙이 사랑을 통해서 표현되며, 사랑이 없으면 믿음도 소용이 없다는 가르침을 새롭게 주목했다. 이 때문에 믿음의 실체는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생활화했던 데에서 찾아야 된다고 보았다.

발터 카스퍼 추기경은 오늘날의 순교 개념을 규정하면서 “그리스도교적인 동기에서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위해, 자유를 위해, 그리고 정의를 위해 투신하고 목숨을 바치는 것 또한 순교”라고 말한 바 있다. 즉, 종전에는 믿음을 증거하는 죽음만을 순교로 보았지만, 카스퍼 추기경은 이웃에 대한 사랑을 곧 믿음의 또 다른 측면으로 보라고 했다. 그 결과 순교의 개념은 이제 믿음만을 생각하던 단계로부터 사랑이라는 구체적 삶의 단계로까지 확대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이웃을 대신하여 죽음을 택했던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신부는 사랑의 순교자라는 이름으로 시성되었다. 그리고 독일 주교단의 건의에 따라 교황청에서는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이웃을 위해 죽음을 선택했던 2명의 루터교 신자들까지도 순교복자 품에 올릴 수 있었다. 이는 신앙의 순수성만이 시성시복의 기준이 되었던 지난날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그들도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했던 그리스도인으로 인정되기 때문이었다.

오늘의 우리는 지난날 이 땅에서 전개된 순교자들의 믿음과 삶을 새롭게 조명해야 한다. 그들은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음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 믿음은 그들의 삶을 사랑으로 바꾸어놓았음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박해시대 순교자들이 믿음의 구체적 실천을 위해서 사랑을 실천했던 사례는 매우 풍부하다. 순교자들은 모든 사람들은 하느님의 자녀로 평등하다는 가르침을 실천했다. 그래서 그들은 사랑 때문에 자신의 특권적 신분을 포기했다. 그리고 종이나 소작인들, 백정과 같은 미천한 존재들과 자신이 평등한 인간임을 생활을 통해 실천했다. 이는 오늘의 신자들도 깊이 음미해볼만한 일이다.

19세기 전반기 경상도에서 전개된 박해의 과정에서 감옥에 잡혀들어 온 신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을 밀고했던 전지수라는 배교자가 어떤 사건으로 감옥에 들어오자 굶겨죽이기로 작정되었던 그를 먹여 살려주었다. 그 후 전지수가 벌거벗겨져 감옥에서 쫓겨나가자 그를 입혀 내보냈다. 이러한 사랑으로 박해시대의 신자들은 그리스도인들이 감행하는 ‘복수’의 실체를 드러내 주었다. 이렇게 순교자들이 남긴 사랑은 그들의 믿음살이가 살림살이를 변동시켰음을 알려준다. 오늘의 우리는 순교자의 믿음과 함께 그 믿음의 구체적 측면이었던 사랑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조광(고려대 한국사학과 명예교수)274694_5110_1.jpg

 

 

 

http://www.catholictimes.org/article/article_view.php?aid=274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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