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감내하라
네가 겪고 있는 고통과 슬픔을 다른 사람들, 특히 네가
지도해야 할 신자들과 나누는 것이 좋은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너를 믿고 의지하는 신자들에게 자신의 고
통과 슬픔을 숨기기란 참으로 어렵다. 그것은 네가 신자
들과 동떨어진 삶을 사는 신부가 아니라 그들과 인생 여
정을 함께하는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너는 자신의 고통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
는가? 고통을 삶의 일부로 겸허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상
태에서 사람들에게 털어놓는다면 그들이 네 고통을 덜어
줄 것을 바라고 그들에게 의존할 위험이 크다.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 능력 밖의 것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
면 네 바람을 채워주지 못하는 사람들 때문에 실망하거
나, 네게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혼란과 실망
과 부담을 주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신자들
에게 위로받기를 기대하지 않는다면 자유롭게 네 고통을
얘기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마음을 열고 고통을 나눔으
로써 신자들은 용기와 희망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제라도 마음을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사람, 너를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 너를
받아들이고 용기와 위로를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좋은 사제가 되기 위해서는 네 고통과 어려움을 신자
들과 나누는 것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늘 자문해 보
아야 한다. 고통을 감내하고 하느님의 사도로서 살아갈
용기를 가지고 신자들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을 때
비로소 그들에게 네 고통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